레퍼런스 체크 효과적으로 준비하는 방법
여러분은 오늘 당장 평판조회 요청을 받는다면, 프로페셔널 능력에 대해 보증해줄 사람이 몇이나 되나요?
이제까지 국내 기업에서만 일해보셨다면 평판조회 (Reference check) 시스템이 조금 생소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외국계/해외 기업으로 이직해보신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 보셨을거예요.
평판조회는 보통 최종 면접까지 올라온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HR이 후보자의 현재/이전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 직접 연락해 해당 후보자의 직무 능력, 인성, 태도 등을 확인하는 프로세스에요.
물론 회사에 따라 형식적으로 시행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경력이나 책임 권한에 대한 요건이 커질수록 평판조회가 조금 더 면밀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여기에서 삐걱대면 채용이 무산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평판조회에 대비해 레퍼런스를 만들어 두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드릴게요.
Step 1. Choose the Right people
평판조회는 보통 무작위로 이루어 지지 않고, 후보자가 지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요. 즉, 우리가 먼저 평판조회에 응해줄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면접보는 회사에 제출하고, 기업은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평판조회를 실행한다는 이야기에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평가조회에서 왠만하면 긍정적인 평가가 넘쳐나는건 사실이에요. 문제는 그 평가가 얼마나 양질의, 구체적인, 믿을만한 의견인가에요.
예를 들어서 아래 두 경우를 한번 비교해볼게요;
A: XX님은 인간관계도 원만하고 맡은 일도 열심히 하는 분이에요.
B: XX님의 가장 큰 강점은 분석력과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거예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에 대해 본질을 꿰뚫고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는게 남다르죠.
특히 YY에 관련해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많이 맡아 오셨기 때문에, 다른 부서의 분들도 YY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면 이분과 일하고 싶어해요.
여러분은 누구의 평가에 더 귀를 기울이실건가요?
당연히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해준 B의 평가에 더 큰 비중을 두실거에요. 그냥 인간관계 원만하고 일 열심히 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 상대방은 그게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내 능력에 대해 보증해 주실 분을 선택할 때는, 나의 장단점과 역할, 자질에 대해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말해주실 수 있는 분인지를 생각해봐야해요.
만약 해외 기업에 지원하는 경우라면, Multinational 환경에서도 잘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일해본 해외 클라이언트, 동료, 파트너 분들도 함께 선정해주세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함께 일해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이렇게 콜드 메일 보내면서 레퍼런스를 부탁하시면 안되요. (제가 함께 일해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드릴 수 있겠어요.)
Step 2. Start Communicating Early
대부분의 분들의 경우 이력서 양식에 적힌 'References available upon request' 문구를 그대로 두고 그 이력서를 제출해요. 그리고 면접보는 회사에서 요청을 받았을 때 부랴부랴 친한 동료에게 이야기 하기 시작하죠.
하지만 이 경우,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레퍼런스 써주실 분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넘기거나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해야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을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이직을 준비하기 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게 좋아요.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특정 프로젝트를 마치거나 큰 성과를 냈을 때 함께 작업한 분들께 피드백을 구하는거예요.
함께 일해본 사람으로서 내 업무 능력과 개선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언을 구해보세요. 이때 내 장단점에 대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시는 분들께 링크드인에 그 피드백을 써줄 수 있는지 여쭤보세요.
그리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이직 준비를 시작했을 때, 이 분들과 다시 상의하면서 공식적인 추천인이 되줄 수 있는지 단계적으로 묻는거죠.
Step 3. Eliminate the Process (as much as possible)
많은 분들은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실거에요.
'지금 당장 이직하는 것도 아니고, 면접 볼 회사들이 레퍼런스를 요구하지 않을수도 있는데 뭐하러 미리 그런것까지 준비해?'
이렇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판조회의 필요성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서에요.
생각해보세요, 평판조회는 우리가 얼마나 조직에게 가치를 주는 괜찮은 인재인지를 증명하는 중요한 프로세스지만 최종까지 가지 못한다면 이에 대해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머릿속에 '긍정적인 편견'을 심을 수 있는 이 중요한 프로세스를 제일 앞으로 가져와서, 가능하면 이 프로세스의 필요성 자체를 없애거나 축소하는게 중요해요.
예를들어 HR 포지션을 뽑기 위해 어떤 채용담당자 서류 지원한 후보자들의 링크드인 프로필을 확인한다고 해볼게요.
서류 단계에서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링크드인이 텅텅 비어있고 이력서와 똑같은 내용만 적혀있는데, 제 프로필에는 이전 상사, 클라이언트, 동료들로 부터 받은 추천사가 4개가 올려져 있는걸 봤어요. 그것도 모두 다른 국적의 사람들로요.
여러분이 채용 담당자라면 '이 사람 괜찮을거 같은데...' 라는 편견이 안생길까요? 당연히 생겨요. 왜냐면 우리는 모두 어떤 증거를 통해 누군가를 판단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제 입으로 '저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잘 일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HR 분야에서 다양한 것을 접하고 통찰력을 키워왔습니다.' 이런식으로 말해도 좀 더 믿음을 갖고 받아들일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비공식적인 추천서를 미리 공개해두면, 최종 프로세스에서가 아닌 서류 전형에서부터, 상대의 요청 여부에 상관없이 우리 능력에 대한 증거들을 보여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확률을 높일 수 있을거예요.
Step 4. Make it Easy for Them
이렇게 비공식적인 추천사를 적어주실 분들을 선정하고 먼저 구두로 이야기 했다면 그분들이 조금 더 쉽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추천사를 적어주실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드리는 과정이 필요해요.
왜냐면 이렇게 대중에게 공개되는 추천/피드백은 써주는 사람의 링크드인 프로필에도 남아 부담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들어 누가 여러분에게 자신에 대해 평가를 해달라고 말만하고 모든 것을 여러분에게 맡겨 버린다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할지라도 부담스러울 거예요. 어떤 면에 대해 어떤 것을 써줬으면 좋겠는지 그 가이드라인을 알려주세요.
저 같은 경우, 가장 강한 큰 장점과 그에 대한 이유, 문제해결 능력과 팀워크에 대한 생각을 알려 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앞으로 타겟할 포지션과 내 주요 무기 (스킬 & 지식)를 정해두신 다음 이에 대해 요청하시면, 추천사를 써주시는 분 입장에서 훨씬 더 쉽게 써주실 수 있을거예요.
Step 5. Appreciate & Share
마지막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스텝이에요. 자신의 시간을 내서 추천사를 써주신 분들께 감사를 표시하고 앞으로 상황에 대해 팔로우업 해드리는 거예요.
사실 많은 분들은 이 스텝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가, 한참 후에 지원한 회사로부터 평판 조회를 요구 받으면 다시 가서 부탁해요.
그런데 이렇게 할 경우, 자신이 필요할 때만 도움을 찾는 사람으로 보여질수도 있어요. 누군가 나를 위해 시간을 내서 도와줬다면, 최소한 그 도움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래서 (아무리 작더라도)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었는지 알려주고 감사를 표시해주세요. 이게 바로 심리적인 가치를 드리는 것이겠죠.
그러면 나중에 공식적인 평판조회를 요청 받을 때, 조금 더 쉽게 동의를 구하실 수 있을거예요.
만약 지금 당장 이직할게 아니기 때문에 회사 다니면서 준비할게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아래 에피소드를 꼭 시청해주시기 바랄게요~! 아마 지금 가지고 계신 그 계획 바꾸시게 될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