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업이 망한 진짜 이유
"나도 다 때려치고 사업이나 할까?"
직장 다니는 사람 중에 이런 생각 한번도 안해본 사람 몇이나 될까요?
특히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30대 중반 이후를 넘어서면 이런 말 어렵지 않게 들어 오셨을거에요.
그런데 여러분은 창업한 기업이 3년 이상 버틸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한국 스타트 업계의 경우 불과 39%에 지나지 않아요. 이 수치는 도/소매업, 요식업 등 전통적인 자영업 형태도 크게 다르지 않죠.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재도전한 기업의 경우 생존율이 2배 이상 높았다는 거예요.
저 역시 이 케이스에요.
첫 사업은 악 소리도 못 질러보고 1년 만에 접었지만 두번째 시도인 업플라이는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키워 올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왜 첫번째 사업이 망했는지, 두번째 사업은 왜 달랐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드릴까해요.
'나도 언젠가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해보신 분들이라면 이번 포스트 꼭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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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서비스
제 첫번째 서비스는 간단히 말해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통합 회원권이었어요.
(한국 나이로) 1-6살 되는 아이들이 한 학원(?)에 매이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였죠.
첫 목표는 그 당시 제가 살고 있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초기 사용자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를 받아 미국 전역에 뻗어나가자는 야망을 품고 있었죠. (모든 풋내기 사업가들은 어쨌든 꿈은 커요 ㅎㅎㅎ)
미국의 대부분 영유아 프로그램들은 2-3개월 단위로 회원권을 팔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우선 회원권을 사놓고 다 못쓰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통합 회원권을 제공하면 아이가 싫증 낼 때마다 새로운 곳을 찾아 다니면서 계속 돈쓰지 않고, 같은 회원권으로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옳다구나 하고 사줄줄 알았죠.
문제는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서비스였다는 거예요.
Lesson 1. 타겟 소비자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그 당시 저는 부모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어린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뭐를 원하는지 알지 못했죠.
나중에 실패 이유에 대해 깊이 파고 들다보니, 엄마(또는 주양육자)들이 원하는 건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속 참가하는게 아니었어요. 그들이 원하는 건, 집 가까이에 한 두 곳을 정해두고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비슷한 또래 아이를 가진 동네 엄마들을 만나는거죠.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샌프란시스코 내에 사는 사람들은 대중교통 뿐만 아니라 싼 값에 Uber, Lyft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차를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 말은 다른 동네에 있는 학원에 가려면, 애를 데리고 오만 잡동사니를 이고지고 버스나 전철, Uber 등을 타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은거죠. 그래서 대부분 주중에는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 내에서 애들을 데리고 다니고 싶어하는 거였어요.
두번째 이유는, 한국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엄마들 역시 '동네 커뮤니티'에 속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서울 면적의 20% 밖에 되지 않는 작디 작은 샌프란시스코였지만, 각 동네마다 집값과 분위기는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가계 소득수준과 라이프스타일은 많이 달랐죠.
결국 많은 엄마들은 자신의 동네에서,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다른 집 엄마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됐어요. (그래서 엄마들 모임도 각 동네별로 다 따로 있었던거고요.)
멀리 떨어진 동네의 음악, 예술, 운동 학원들을 갈 수 있는 통합 회원권은 그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서비스였던거죠.
Lesson 2.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돈 얘기 해볼게요.
제가 만 0-5살 아이들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건, 그 프로그램들은 보통 크게 레벨이 나누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음악이든, 미술이든, 운동이든 놀이에 가까웠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학원에 가서 하루 재밌게 놀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았어요.
문제는 이런 유아 프로그램들은 보통 엄마 또는 아빠랑 참가하는 수업이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 수업의 정원이 보통 6 - 8명 (부모 한명 포함 12 - 16명) 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학원 입장에서는 각 수업당 4-5명의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오니까, 1-4명 분의 티켓만 제게 줄 수 있더라고요. 만약 이 학원들 수업이 꽉 찬다면, 제 서비스를 통해 돈 낸 부모들은 그 수업을 선택할 수 없었어요.
그럼 한 수업당 얼마의 돈을 버느냐, 보통 이런 수업의 경우 $20 불이었는데 저는 1명을 보내고 $10을 지불하는 걸로 협상을 했어요. 그리고 4회 수업을 참가할 수 있는 회원권을 $49에 팔았죠. (1회당 약 $12)
즉, 1 명의 아이 + 엄마가 한 수업을 들을 때마다 저는 고작 $2을 손에 쥘 수 있는 구조였던 거예요. 하루에 100명이 수업에 대한 티켓을 산다고 해도 벌 수 있는 돈은 고작 20만원이죠.
이런 구조는 혼자서 세일즈, 마케팅, 개발 관리를 다 하고 있는 1인 기업에게 있어서 빠른 시일 내에 수익을 내기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의미있는 돈을 벌려면 투자자를 찾아 펀딩을 받고, 그 돈으로 사람들을 고용해서 팀으로 움직여야 했어요.
하지만 서비스를 런칭한 즉시 이미 알고 있었어요.
이 사업은 돈버는 구조가 이미 잘못됐다는 것을.
Lesson 3. 자신에게 유리한 사업을 골라야 한다.
사업가라면 늘 새로운 어려움에 부딪히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필요해요.
수익 구조가 잘못됐다면 새로운 수익 구조를 생각해내고, 테스트하고,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데, 저는 소프트웨어 기반의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능력이 없었죠.
만약 그 서비스를 계속 끌고 나가려면 초기 버전을 만들어준 개발 에이전시에 지속적으로 제 돈을 쏟아 부었어야 했어요.
또 하나의 문제는, 제가 선택한 서비스는 제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저는 미국인 엄마들에 대해, 유아 교육 시장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 시장에서 제가 가진 이점은 지나가는 동네 20대 초반 외국 남자에 비해 크게 다를게 없었죠.
물론 20대 초반 남자가 30-40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크게 키운 경우도 있어요. 한국이든 해외든 남자가 생리대, 화장품, 여성 속옷 시장에 뛰어들어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고요.
하지만 해당 마켓에 큰 흥미와 믿음이 있어, 타겟 고객층의 니즈와 삶을 끊임 없이 연구하고 누구보다도 그 마켓에 대해 잘 알아갈 자신이 없다면 이미 지는 게임을 시작하는 거예요.
정말 내 커리어를 걸고, 인생의 3-5년을 걸고 승부를 걸어볼 만한 사업을 선택하고 싶다면, 내가 가진 사회적, 인종적, 교육적, 커리어적 이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살아남을 확률을 높일 수 있고,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야 재미를 가지고 그 사업을 지속할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첫번째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이 없었더라면, 업플라이라는, 제게 유리한 서비스를 시작했을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성장시켜오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제게 있어서 이 실패는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두번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감당하지 못할 실패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물론 대학원 가기 위해 모아온 피같은 돈과 1-2년의 시간을 희생해야 했지만, 저는 다음 라운드를 준비할 힘과 돈과 멘탈이 남아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업이라는 장기전을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싸고, 작고, 빠르게 다양한 실패를 해보고 그 실패를 활용해 더 나은 시도를 하는 것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