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인상을 요청하는 방법

여러분은 이제까지 회사다니면서, 상사에게 단 한번이라도 승진, 연봉 인상, 정규직 전환 등, 큰 변화를 요구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요구하셨나요?

아마 대부분 성과 평가 시기가 오면 다음과 같은 명분을 내세워 연봉을 조정하거나 승진시켜달라고 요청하셨을 거예요.

  • A, B, C 업무를 잘 수행했으니까

  • 이 포지션에서 X년 일했으니까

  • 이번에 내가 승진할 차례니까

그리고 많은 경우 회사 규정 때문에,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때문에, 타이밍이 안좋아서 등의 이유로 거절 당해보셨을 거예요. (자책하지 마세요, 저도 그렇게해서 몇번 퇴짜 맞았어요 ?)

이번 포스트에서는 승진, 연봉 인상, 정규직 전환 등 상사에게 큰 요구를 할 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드릴게요.

모두가 저지르는 실수

사회 초년생을 벗어나고도 저는 꽤 오랫동안 연봉이나 승진은 열심히 일하면 알아서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매년 조정해주는 연봉이 적으니까 더 달라고 하거나, 승진을 시켜달라고 말하는건 생각해보지도 못했죠. 그러다가 한참 뒤에, 다른 나라 동료들은 적극적으로 상사에게 그런 것들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혼자 아득바득 이를 갈다가 다음 성과 평가 시기에 상사에게, 이제까지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잘 해냈다는 것을 어필하면서 연봉 인상을 요구했죠.

결과는? 당연히 까였어요.

이유가 뭘까요?

상대의 입장

많은 분들은 연봉 인상이나 승진 등 큰 협상을 앞두고 계획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별 생각없이 일하다가 퍼포먼스 리뷰 시즌이 되면, 그제서야 상사에게 'XX 일들을 잘 해냈으니 이에 대해 보상해 달라'고 주장하는게 일반적이에요.

물론 상사가 그 성과에 대해 그동안 깊게 주시하고 가치있게 평가해왔다면 그런 주장에 납득이 갈거예요.

하지만 상사도 퍼포먼스 리뷰 시즌 전까지 내가 한 일에 대해 별 생각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런 요구를 듣게 되면 방어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어요. 왜냐면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으니까요.

만약 그렇게 준비없이 누군가의 연봉을 인상시켜주면 다른 사람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모두 다 들고 일어날텐데 그런 일을 만들수는 없는 거겠죠.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해 협상을 하고 싶다면, 협상하기 훨씬 전부터 상대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되요.

그러면 큰 그림에서 봤을 때 우리가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게요.

Step 1. (6개월 전) 성과 지표 잡기

상사는 팀 내의 누군가에게, 승진, 연봉 인상, 책임 권한 확장 등 추가적인 보상을 주려면 자신의 상사에게도 이를 요구할 명분이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일에 매달리기 보다는 상대가 중요시하고 가치있게 생각하는 일들을 알아내는게 관건이예요.

우선 상사분께 ‘팀과 조직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를 위해 앞으로 6개월 동안 가장 중요하게 포커스를 둬야 하는 일이 뭔지, 어떤 목표를 잡아야하는지 조언을 구해 보시기 바랄게요.

이 때 중요한건, 그런 큰 목표를 위해 달성하기 위한 단계적인 성공 지표도 함께 물어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상사분께서 XX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면 단순히 여기에서 끝내지 마시고, 그 '효율적'의 기준이 어떤건지, 어느 정도의 시간 / 인력 / 돈 절약을 목표로 하는지 등 구체적인 수치를 알아내시기 바랄게요.

이런 대화를 먼저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상사는 성장 욕구가 있는 사람,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여기에 대해 확신을 조금씩 심어주는 거예요.

Step 2. (3 - 5개월 전) 성과 내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해야만 하는 일에 치여서 정말 중요한 일이 뭔지 알고 있으면서도 시간이 없어서 손을 대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매일 ‘해야만 하는 일’을 잘 한다고 해서 추가적인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왜냐면 그 일들은 지금 받는 연봉의 대가로 당연히 해야하는 것들이니까요.

매일 해야하는 일상적인 업무 이외에, 팀/조직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일이 뭔지 알아내셨다면, 이제부터는 그 일을 해내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월별, 주별, 일별 목표로 쪼개서 하나씩 헤치우는 거예요.

이때 많은 분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한 다음 '짠!' 하고 보여주고 싶어서, 목표로 한 일을 다 완성할 때까지 상사분과 전혀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할 경우 상대(상사, 팀, 조직)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확률이 너무 커지게 되요. 반드시 한 단계씩 지날 때마다 상사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미래 계획과 실행 방식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공유해주세요.

잊지마세요, 상사분도 내 프로젝트에 심적으로 투자를 해야 그 분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요.

Step 3. (2개월 전) 목표 구체화하기

이렇게 상사분과 논의하면서 실행하셨다면 앞으로 집중하고 개선해야할 부분에 대해 더욱 명확하게 알고 계실 거예요.

그러면 이제부터는, 이제까지의 변화가 조직에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조직의 돈과 시간을 얼마나 절약하거나 벌게 해줄 수 있었는지를 수치화해서 정리하시기 바랄게요.

많은 분들이 수치와의 어려움을 토로하시는데요, 자신이 해온 일들을 수치화하고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조직에 미친 영향을 이해할 수 없다면 상사와 상사의 상사분을 설득하기가 힘들어요.

왜냐면 비즈니스의 관점을 생각해야하는 관리직 이상의 포지션에 계신 분들은 두리뭉실한, 추상적인 결과에 대해 확신을 갖고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니까요.

이렇게 조직의 관점에서 이익을 정산해 본 다음에, 조만간 협상하게될 목표 연봉 역시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거예요.

단순히 돈은 많이 줄수록 좋다, 적절한 보상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의 인상을 원하는지, 시장가격을 고려했을 때 왜 그 금액이 합당한지에 대해서도 논리적인 근거를 준비하시기 바랄게요.

Step 4: (1개월 전) 협상 돌입하기

만약 상사분과 이제까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해오셨다면 팀과 조직에서 원하는 방향에 대해 어느정도 감을 잡으셨을 거예요.

그러면 이제부터는 앞으로 팀과 조직에게 더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하는 거예요.

얼마의 기간동안, 어떤 것들을 실행해서 그 일을 해낼 수 있는지, 그 일이 조직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상되는 위험도는 어떤건지도 분석해주세요. 이렇게 분석한 것들을 기반으로 제안서를 만든 다음 상사분과의 미팅에 그 자료를 들고 가는 거예요.

대부분의 분들은 과거, 즉 이제까지 해온 일을 가지고 협상을 시도하려고 하는데요, 사실 조직 입장에서는 투자에 대한 회수 (ROI)가 명확히 보여야 투자를 결정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회수금, 즉 내가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이득을 안겨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게 중요해요.

지난 6개월 동안 상사분과 커뮤니케이션 한 부분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줬다면 다음 스텝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왜냐면 해낼 수 있다는 증거가 있으니까요.

이런 계획에 대해 논의한 후,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목표 (연봉이든, 승진이든, 정규직 전환이든)를 이야기하신다면 딜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크게 높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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